23-01.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어떤 내용인지도 모르고, 읽기 시작했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새 해의 시작무렵에 읽을 책으로 적절했다라고 생각한 책, 미드나잇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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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책방관련, 도서관 관련 책에 빠져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 황보름
<환상의 동네서점> - 배지영
<당신에게 말을 건다> - 김영건
세 권의 책을 줄줄이 읽고, 제목에 있는 라이브러리라는 단어가 좋아서, 표지가 예뻐서 샀던 책.
나이가 들면서 가끔 선명해지는 생각들이 있다.
타인의 모습에서 나를 찾는 것. 타인의 기준으로 나를 보는 것.
내가 어떤 사람의 모습을 보고 저런 면은 별로다라는 생각이 드는 점이 실은 내가 나 스스로 싫어하는 나의 어떤 면이기도 하다는 것.
또 누군가가 나를 이렇게 판단할거야.. 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내가 나를 판단하는 문장이기도 하다는 것.
더불어, 남들은 나를 이렇게 생각할거야 라고 생각하고 선을 긋던 결정과 그에 따른 행동들이 사실은 내가 그은 선이었다는 것.
타인은 나에게 그만큼 관심을 갖고 있지도 않으며, 나에 대해 그렇게까지 부정/긍정의 감정을 가질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각자 자기의 삶을 사느라 각자의 원의 중심이 되어 삶을 꾸려나가느라 일상이 꽉찰테니까.
그렇게 생각하면 내가 그었던 선은 어쩌면 내가 스스로 만든 유리천장, 내가 스스로 만든 한계가 아니었을까.
나는 하고싶은 것도 많았고 가고 싶은 곳도 많았는데
늘 주변 상황이 안된다고, 지금은 안되겠다고.. 조금 더 여건이 되면.. 조금 더 시기가 맞으면 그 때 하자고
미루어 온 일이 참 많다.
결국 그런 일들의 대부분은 인생의 어느 시기에나 가능한 일들이 대부분이었기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서, 이제 아픈 데가 생겨서, 사회생활을 해야해서
이제는 조금 상황을 정리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정말로 훨씬 큰 마음을 먹어야-거의 먹을 수 없는 마음을 먹어야- 할 수 있는 일들이 되어 저만치 물러나 있었다.
이것을 깨닫고났을 때는 이미 인생의 파도를 타고 먼 바다까지 흘러나와있었다.
삶은 한 방향으로 흐르고, 방향을 꺾어 조금 전 내가 머물렀던 곳으로 돌아가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읽다가 생각이 났다.
"이번 여름에는 1달정도 인도여행을 해야지. 인도 북부 라다크- leh 지방에도 일주일정도는 머물고 싶어 " 하면서 사진속 풍경에 쏙 빠져 인도 여행을 알아보던 스물 일곱 살의 봄을.
첫 유럽여행에서, 이런 여행을 스무살에 했다면 삶이 달랐을 거라고.. 돌아가면 마음먹고 준비해서 이탈리아 한 달 살기를 떠나보고 싶다고 마음 먹었던 스물 다섯의 가을을.
처음 생기는 지방의 외고 중국어과에 진학해보라고, 앞으로 중국이 많이 성장할 거고 너는 외고에서 언어 공부를 하는 거, 잘 할 수 있을거라고 강권하시던 중학교 3학년 담임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자신이 없어 포기하며 안주하던 열 여섯의 겨울을.
아이들을 함께 돌보고 집안 일을 분담해야한다고 기싸움을 하면서 속상해하는 지인을 보며 지레 나의 시간을 포기하던 서른 살의 나를...
평행우주가 있고 수많은 내가 수많은 우주속에서 그 모든 삶을 살고있다면 그 삶은 어떨까.
자꾸만 다시 살고, 또 다른 삶을 사는 노라의 모습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빙하학자가 되어 북극에서 학자들과 이야기나누는 장면에서, 공연을 앞둔 팝스타의 삶에 뛰어든 장면에서.. 그 외 여러 장면에서는 마구 떨렸지만 우주대스타의 삶을 살다가도 다시 도서관에 돌아오고, 올림필 메달리스트가 되어도 다시 도서관에 돌아오는 노라의 모습을 보며 어렴풋이 어떤 메세지를 전하고 싶은지 느껴졌다.
내 삶은 내가 가꾸어야 한다고,
소박하고 작은 삶이어도 내가 발디딘 이 곳이 진짜 내 삶이라고.
<글감> 네가 진정으로 살고 싶은 삶을 발견하면 늙어서 죽을 때까지 그 삶을 살게 될 거야. 정말로 그 삶을 살고 싶다면 걱정할 것 없어. 넌 늘 거기 있었던 사람처럼 그 세계에 머물게 될 거야. 왜냐하면 하나의 우주에서 넌 늘 거기 있었으니까. -p.62.
Q. 내가 머물고 싶은 세계는?
<문장> 왜냐하면 노라, 때로는 살아봐야만 배울 수 있으니까. p.100
<문장> "운동장에서 노는 것보다 도서관에 있는 게 좋았죠. 사소한 거 같지만 그런 공간이 있다는 게 큰 도움이 됐어요."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절대 과소평가 하지 마라. 그 말을 늘 명심해야 해." p.128
<문장> 매일 매 순간 우리는 새로운 우주로 들어가요. 자신을 타인 그리고 또 다른 자신과 비교하며 삶이 달라지기를 바라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죠. 사실 대부분의 삶에는 좋은 일과 나쁜 일이 공존하는데 말이에요. 삶에는 어떤 패턴이 있어요. 한 삶에만 갇혀 있는 동안에는 슬픔이나 비극 혹은 실패나 두려움이 그 삶을 산 결과라고 생각하기 쉽교. 그런 것들은 단순히 삶의 부산물일 뿐인데 우리는 그게 특정한 방식으로 살았기 때문에 생겨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슬픔이 없는 삶은 없다는 걸 이해하면 사는 게 훨씬 쉬워질 거예요. 슬픔은 본직적으로 행복의 일부라는 사실도요. 슬픔 없이 행복을 얻을 수는 없어요. 물론 사람마다 그 정도와 양이 다르긴 하겠죠. 하지만 영원히 순수한 행복에만 머물 수 있는 삶은 없어요. 그런 삶이 있다고 생각하면, 혅이 삶이 더 불행하게 느껴질 뿐이죠. p. 258
<문장> 폰은 하찮고 평범해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아. 넌 그저 계속 앞으로 나아갈 방법만 찾으면 돼. 한 칸 한 칸 앞으로 나아가는 거야. 가장 평범해 보이는 게 나중에는 널 승리로 이끄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야. 넌 계속 나아가야 해. 그날 강에서처럼. 절대 사소한 것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지 마라. p.269
<문장> 미래처럼 네가 모르는 일이 걱정될 때는 말이야. 네가 아는 것들을 되짚어 보는 게 좋단다. p.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