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책을 읽고 참 좋았다.
문장만으로 따뜻한 책.
그리고 작가님께 관심이 생겨 <대리사회>와 <아무튼, 망원동>을 읽고, 잠시 텀을 가지다가 지난 연휴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읽었다.
사실 처음 이 작가님을 알게 되었던 것은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를 읽고 나서였다.
내가 너의 첫 문장이었을 때를 너무 좋게 읽었던 몇년 전, 매 주제마다 첫 번째 글을 쓰는 이 작가님은 누구지 싶었던 것이다.
어느 날 아침에 팟캐스트 방송을 들으며 출근하는 길에 지방대 시간강사가 맥도널드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하는 이야기에 귀가 번쩍 뜨였는데 누구지,, 하고 궁금했던 김민섭 작가님이셨다. 시간강사면 대학교에서 강의를 하신다는 건데, 맥도널드라고? 뭔가 매우 언발란스한 이 느낌이 호기심을 가득 당겼고, 그때 소개했던 책이 이 책이었다. 줄여서 지방시.
대리사회에서도 얼마나 삶을 치열하게 사시는지 볼 수 있었는데, 지방시에서는 대리사회의 치열함 이전에 학교에만 있을 때, 아직 학교를 박차고 나서기 전의 삶을 엿볼 수 있었다.
지방시를 읽으면서는 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통해 삶의 궤적을 아니까 그런지 아직 우물 안에서 작은 창으로 밖을 바라보고 계신 것 같은 모습이었다.
연구 논문을 쓰기 위해 세상 아무도 보지 않은 어느 문헌을 개인 박물관에 찾아가 사료를 어렵게 건네받아 읽으시고 연구하시는 모습에서, 또 그 자료가 없어져 온 집을 함께 살피며 내 일처럼 애쓰시는 모습에서 '사람은 참 안 변해.'하는 생각을 했다. 작가님을 개인적으로 아는 것은 아니지만 대리사회에서 어디 먼 시골에 손님을 내려드리고 막차를 놓치지 않기 위해 뛰는 모습이나, 손님의 차를 탔을 때는 운전석 높낮이나 백미러를 조정하면 안 된다고 말씀하시던 것.. 등등이 생각이 나면서 뭔가 어떤 한 사람의 <한결같음>을 생각하게 되는 것이었다.
세상 누구보다 마음이 여리고 툭 치면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아무튼 망원동에서 살짝 엿본 어린시절을 봐서 그런가... 그런 느낌이...^^;;;) 작가님이 세상을 고발하는 르포르타주 같은 작품을 쓰면서 얼마나 마음이 불편하였을까.
내부고발자라는 시선을 어떻게 견뎌내셨을까.. 마음이 아팠다.
우물 속이지만 우물 속인 줄 모르고 평온하게 살았던 어느 날과는 달리 맥도널드에서, 대리기사로 치열하게 살던 시간도 지나 작가로, 강연자로, 더욱 흥하시길 바라며. 작가님께 저 문장을 돌려드리고 싶다.
"당신이 잘 되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는 지켜야 할 소중한 존재가 있다. 가족, 연인, 친구 그리고 학생, 선후배, 관계 맺고 있는 그 누군가를 위해, 서로는 선장이자 승무원으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해야 한다. 배에 물이 들어찬다고 해서 구명조끼를 입고 홀로 헤엄쳐 도망갈 가장은 없다. 연인에게 상처를 주는 이나 강읮 ㅜㄴ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교수는, 승객들을 버려두고 홀로 탈출한 세월호 선장과 다를 것이 없다. 세월호를 통해 나는 그동안 얼마나 부끄러운 선장이었는가 깨달았다. 세월호의 선장을 비난하는 것으로 1차적 사유가 끝나서는 안 되고, 나는 한 사람의 선장으로서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아내고 있는가를 성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p.1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