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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일기

나이도둑-정해왕

by 히파티아햇살 2023. 8. 15.

어린이 작가 교실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기다리면서 선생님의 책을 세 권 읽었다.

 

그중 첫 번째는 나이 도둑.

13살 은설이가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와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body change는 흔한 소재이긴 하나, 흥미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흔하지만 흔하지 않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게 관건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흔하지 않게 진행되었다.

일단 내가 그동안 접한 바디체인지는 보통 남녀가 바뀌었던 것 같은데 십 대 초반의 소녀가 할머니가 된다는 설정에서 십 대를 이미 살아봤고, 이제 서서히 노화를 시작하는 내 몸을 느끼는 나이의 1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무릎이 아파서 빨리 걷지 못하고, 나이 든 몸에서 나는 사람냄새를 할망구 냄새라고 찡그리곤 하는 주인공 은설이가

노인의 몸을 가지면서 할머니를 이해하는 설정은 노령화 사회인 우리 현실을 돌아볼 수 있게해준다. 

노인이라 하면 가질 수 있는 편견을 여실히 드러내는 주인공이 할머니를 이해하고 품어 안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읽는 이도 같은 마음을 거쳐간달까.

 

마지막 작가의 말에 실린 '어르신도 한때는 어린이, 어린이도 언젠간 어르신'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어린이 동화를 읽으면 뒷맛이 깔끔한 건강한 일품 요리를 대접받은 느낌이다.

복잡한 나의 현실을 떠나 동화 속 이야기에 빠져 읽다보면

주인공들의 갈등구도가 해결되어 가는 과정, 주인공이 성장해 가는 과정을 바라보게 되고

실존 인물이 아닌 주인공이 세상 어디에 살아서 잘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런 착각은 일종의 희망처럼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