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일기21 나이도둑-정해왕 어린이 작가 교실에 지원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기다리면서 선생님의 책을 세 권 읽었다. 그중 첫 번째는 나이 도둑. 13살 은설이가 어느 날 갑자기 할머니와 몸이 바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 body change는 흔한 소재이긴 하나, 흥미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고 흔하지만 흔하지 않게 이야기를 구성하는 게 관건이라면, 이 책은 충분히 흔하지 않게 진행되었다. 일단 내가 그동안 접한 바디체인지는 보통 남녀가 바뀌었던 것 같은데 십 대 초반의 소녀가 할머니가 된다는 설정에서 십 대를 이미 살아봤고, 이제 서서히 노화를 시작하는 내 몸을 느끼는 나이의 1인으로서 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무릎이 아파서 빨리 걷지 못하고, 나이 든 몸에서 나는 사람냄새를 할망구 냄새라고 찡그리곤 하는 주인공 은설이가 노인의 .. 2023. 8. 15. 기소영의 친구들 - 정은주, 사계절 어느 출판사건 문학상을 받은 작품은 읽으면 항상 좋았다. 제 2회 사계절 어린이 문학상 대상 수상작인 기소영의 친구들도 그래서 잡은 책이다. 제목을 보는 순간 내용이 궁금했다. 기소영의 친구들. 성이 "기"씨인 특이한 등장인물의 이름을 전면에 내세운 제목이라서인지 제목이 호기심을 자아냈다. 하지만 기소영은 등장하지 않는, 소영이는 시작과 동시에 부재상태이다. 준비없이 찾아온 이별, 소영이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관계라는 생각을 못했는데 기소영이 없으니 생기는 관계의 지각변동으로 기소영의 빈자리를 더욱 느끼는 친구들. 빈 자리를 받아들이기 어려워서인지 소영이가 사라지고 나서 셋이서는 모이지도 못하던 친구들이 차차 친구의 부재를 인정하고, 받아들이고, 다시 서로의 관계를 재정립하여 쌓아가는 과정에서 성장하는 모.. 2023. 6. 9. 까대기 - 이종철 만화, 보리 인터넷 서점에서 우연히 이라는 만화책을 발견하고, 제철동에서 나고 자란 친구에게 선물하면서 알게 된 이종철 작가의 첫번째 작품 까대기를 읽었다. 자전적인 내용인 제철동 사람들의 주인공을 살펴보며 이종철 작가가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는지, 어떻게 자라 만화가가 되었고 만화를 그리기로 하고 고향을 떠나 생계를 위해 어떻게 지냈는지 배경지식을 가진 상태로 읽어서 새로운 게 없을 줄 알고 시작한 책이었다. 하지만 "까대기"는 이 책을 통해 처음 듣는 단어였고, 이제는 우리 삶의 가장 필수적인 직업군인 택배기사님들과 택배회사의 뒷모습을 적나라하게 알 수 있었다. 만화를 읽으면서 내 허리가, 내 목이 아픈 것 같았고, 다리와 팔에 힘이 들어가는 기분이었다. 누구나 자기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고, 우리는 쉽게 남의.. 2023. 6. 9. 눈부신 안부-백수린, 문학동네 백수린 작가의 책, , 을 너무 좋아서 두 번씩 읽었다. 그런 백수린 작가님이 이번에는 처음으로 장편소설을 쓰셨다고 하여 잔뜩 기대했는데 마침 또, 문학동네 북클럽 이달책에 선정되어 있길래 바로 주문했다. 표지 디자인도 너무나 예쁜 백수린 작가님의 신작, 눈부신 안부. 재미있는 소설을 읽다보면 페이지가 훅훅 지나가 있는데 반해, 이 책은 내용에 푹 빠져 읽고 있는데도 페이지가 근처에 자꾸 머물렀다. 밀도가 높은 단편을 써오던 분이라, 한 문장 한 문장에 꾹꾹 눌러 담으신 걸까. 문장들이 좋아서 자꾸만 멈춰서 다시 읽고, 다시 읽었다. 오늘 작가님의 인스타 라이브 방송을 들었는데, 단편을 쓰실 때는 내용을 늘려가더라도 결말까지 꽉 짜고 나서 세세하게 쓰는 반면 눈부신 안부는 연재이다 보니 그럴 수가 없어서.. 2023. 6. 7. 이전 1 2 3 4 5 6 다음